파주에 깃든 생명들(50) 날좀봐요, 봐요! 작은 것들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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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의 의미 /정덕현
해마다 봄이 어김없이 찾아오는 곳에서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한 행복이련가.
기다리건 기다리지 않건 간에 때가 되면 잠들었던 땅에서 작은 생명들이 몸을 일으켜 세운다.
그저 몇 알갱이의 흙이라도 있어준다면 족하다. 그 다음부터는 그들의 할 일이다. 몸을 쭉 내밀어 해를 바라보고 비를 기다린다. 또 곤충들을 불러들여 그들의 도움으로 짝을 만나고 씨앗을 만들어낸다. 곤충들은 그 댓가로 달콤한 꿀을 얻는다. 바람은 제 알아서 세상을 설레게 만들어 서로서로를 만나게 해준다.
사람들은 그들을 뭉뚱그려 ‘들꽃’이라고 ‘풀꽃’이라고들 부른다. 발아래 너무나 작고 흔해빠진 풀들인 것이다. 화분에 귀하게 모셔둘 대상은 아닌 것이다. 물을 줘가며 애써 기다리지 않아도 때가 되면 싹이 나고 지천으로 돋아나줘서 맘대로 뜯어 먹을 수 있는 나물이기도 하면서 때로는 잡초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문득 그네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들여다보니 마음이 일어 이름들을 알아보고 살아가는 방법들도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다가는 나도 냉이꽃이 되어보고 제비꽃이 되어보기도 하며 하나의 노랫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노래’를 한다는 것은 대상을 찬미하고 그 존재에 애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냉이꽃
글; 정덕현
곡; 서창원
노래; 한승기
나 여기 서 있구나
햇살 눈부시고
바람결 푸른 이 자리
속삭이던 그 소린 무엇이었을까
오래전부터 날 깨우던 소리
이젠 그만 눈을 떠보라고
기지개 켜라
날 바라보던 그 소리
아- 난 냉이꽃이라네
누구도 기억하지 않아도
해마다 피고 또 지는
나- 오래전 그 소리
나- 냉이꽃 꽃이라네
제비꽃
작곡;서창원
글;정덕현
노래;김은희
당신 제비꽃 보셨나요, 보랏빛 넘치지 않는
여름 가을 겨울 또다시 봄의 소리
허리를 낮추세요 눈을 감으세요
마음을 열으시죠
당신 제비꽃 닮았나요, 가만히 빛나는
하늘 바람 구름 그리고 돌멩이의 이야기들
귀를 기울이세요, 가슴속 보랏빛
봄 세상 물들이는
당신 보랏빛 작은꽃, 조용히 속삭이는
나무와 새 꽃과 그리고 작은 나비 날갯짓들
허리를 낮추세요 눈을 감으세요
마음을 열으시죠
작다고 귀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온 우주에서 보면 우리 모두는 더없이 하찮고 미미한 존재들이겠으나 작은 풀꽃들이 있어, 각각의 우리가 있어 우주도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은 우리 하나하나도 노래로 불러질 수 있는 귀한 대상들이다. 세상의 작은 생명들이 제 할 일을 나름 다하고 있기에 우주도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식물은 식물대로 동물은 동물대로 서로 돕고 주고받으며 삶을 나눈다. 물론 그 안에 잔혹한 경쟁도 있으나 그 또한 치열한 삶에의 열망이다. 우리 모두가 멸종위기종이 되지 않기를 염원해본다. 흔해빠진 작은 풀꽃들처럼 무성해지기를 바라본다. 내가 인식하지 않아도 이 순간 내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있듯이 나도 생명체의 일환으로서 ‘도움’의 존재가 되기를 바라본다.
아, 봄이다.
숲해설가 정덕현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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